Media Log



영화 '게이샤의 추억'이 지닌 문화적 가치

문화는 인류의 삶을 한데 어우를 수 있는 공존의 양식인 동시에
, 각기 다른 코드를 통해 특정 영역의 고유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가 문화를 논할 때 간과해서 안 될 점은 자신의 것과 다른 문화에 있는 그대로의 특수성을 이해하느냐이다. , 문화인류학자 알렝이 지적한대로 문화는 지리적,지역적 특성을 갖고 있기에 서로 다른 '여럿'을 인정하며 그 안에서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럿' 중 하나를 찾아볼 수 있는 영화가 바로 로브 마샬 감독의 "게이샤의 추억"이다. 게이샤[藝者(예자)] 17세기 이웃나라 일본에서 생겨난 제도로 요정이나 연회 자리에서 전통적인 춤이나 노래로 흥을 돋구었던 것을 일컫는데, 게이샤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본만의 제도로 타문화 읽기의 대상으로 매우 적합하다. 이 영화가 서양에서 주목을 받은 이유도 서양에서는 미지의 세계인 동양의 한 신비한 문화를 영상으로 잘 조명함으로써 다른 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사유리(장쯔이 역)의 이루어질 수 없는 한 남자에 대한 지고한 사랑이나 밝은 색채의 분위기 또한 이 영화의 매력이지만, 무엇보다 게이샤들을 중심으로 한 당시 시대상과 이에서 엿볼 수 있는 문화의 특성, 곧 타자성(他者性)을 발견하는 것이 이 작품의 진가이다.


타문화읽기의 3단계

 

1) 문화 자체의 고유성을 인정하기

타문화읽기의 첫단계는 어떤 문화도 다른 문화와 우열을 가리기 위해 비교되거나 동량적 기준으로 평가될 수 없다는 문화 그 자체로서의 고유성을 인정하는 개방적인 자세이다
. 이 영화의 감독인 로브 마샬은 서양인의 새로운 눈으로 게이샤 문화를 조명하고자 노력했고, 그것을 그 자체로 인정했다. 한 소녀가 가장 유명한 게이샤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작품속에서 그리며, 동양에 이러한 문화가 있었음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전세계에 알린 것이다. 만약, 이 영화를 서구 우월주의에서 비롯된 지배적 문화의 중심에서 바라본다면, 고유한 문화가 왜곡될 여지가 많았다. 특히 게이샤가 술자리에서 남성들의 흥을 돋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매춘부에 비견되어 저급하고 야만적인 문화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서구의 근대성이 낳은 자문화우월주의의 그늘 하에 왜곡될 수 있는 문화적 가치를 마샬 감독은 게이샤가 가진 예술에 대한 애정을 성장과정과 함께 그림으로써 살렸던 것이다.

2) 이질적인 문화공간의 조성

 

타문화읽기의 다음 단계로 이질적인 문화공간의 조성이 필요하다. 그 이질감은 지역적 차이에 따른 상대성뿐만이 아니라 문화가 불변하지 않는 시대에 따라 후천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그 습성을 인정함을 바탕으로 한다. 이질성을 찾는 것은 앞서 언급한 문화 자체의 고유하고 특수한 속성을 인정한 연후에 가능하다. 즉 문화는 특수할 때 비로소 다른 것과의 비교 따위가 가능하다는 것이며, 이 때의 문화가 살아 있는 문화이다. 모든 문화가 같다면 아무런 충돌이 없을텐데, 이러한 이질성으로 인해 충돌이 일어나기도 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화가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천차만별인 수많은 문화의 이질감 속에서 문화가 가진 속성, 즉 복잡함과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게이샤의 추억에서도 게이샤와 동침하려는 모습 등에서 서구 문화와 일본 문화의 충돌을 엿볼 수 있지만, 우리의 문화 코드에 존재하는 이질감을 통해 그 갈등이 해소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3) 문화적 정체감의 모색

 

마지막 단계는 문화간 만남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그에서 문화적 정체감을 찾는 것이다. 타문화를 읽기 위해 타문화 자체를 인정하고, 이질감마저 발견했다면, 그 문화와 대화하는 법을 알아야 할 것이다. 늘상 문화간 충돌이 있을시 전쟁 등을 통해 갈등을 빚고 단절이라는 과오를 빚어야했지만, 정체감이 확립되었을 때 단절이 아닌 이해 속의 화합이 가능하다. 그러나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레비스트로스가 강조하는 문화상대주의가 가장 뛰어난 대화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화를 이해하는 과정에 있어 대화를 거부하지 않고 맞딱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자신이 가진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문화간 교류는 차이가 없으면 무의미하다는 마인드 하에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택하여 존중과 소통의 미학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영화에 같은 방법으로 문화읽기를 적용할 수 있다. 이 영화를 통해서 일본 고유 문화의 코드를 읽고, 그것을 존중하는 가운데서도 내가 가진 선호와 취향을 지켜나갈 수 있는 것이다

 

비단 영화 내용에만 이런 문화읽기의 방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게이샤의 추억은 동양적인 색채가 강한 영화이다. 색깔도 자극적이기보다는 은은하고, 동양 고유의 소박하고 은은한 색상톤이 화면을 지배하는 느낌을 주었다. 그것이 화려한 화면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문화 충돌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지만, 앞서 얘기했던 타문화읽기의 중심에 서서 그 문화 자체와 그것이 풍기는 분위기를 이해하고, 이질감을 찾아 그것과 대화한다면, 그 갈등은 자연스레 해소될 것이다.


나와 다른 문화코드와의 대화

 

뿐만 아니라 이 영화에서 드러나는 또 하나의 신선함이 영화감독의 문화코드이다. 독자나 관객이 예상하는 문화코드가 아닌 새로운 눈으로 타문화를 그리고 있는 문화코드는 관객의 입장에선 좋은 의미의 충격일 것이다. 매체를 통해, 또 스토리를 통해 문화적 차이를 관객의 머리에 인식시킬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게이샤의 추억이 글로벌한 매력의 감성대작으로 세계인을 자극할 수 있었던 것은 각자에 녹아 있는 문화코드의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는 가운데, 나와 다른 문화코드와 대화가 이루어진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영화를 스토리와 배경, 주인공에 치중해서 감상한다면 단편적인 문화읽기에 그칠 뿐이다. 영화비평 또는 감상은 예술작품에 대한 그 미적 향수를 어떤 가치의 판단에 의하여 표상하는 사회적인 행위이다. 그리고 나는 그 가치를 "문화코드"에 두었으며, 새로운 시각에서 "게이샤의 추억"을 감상하고자 노력했다. 일본 고유의 문화 게이샤 제도를 통한 문화적 상대성, 그리고 그것과의 대화법이 이 영화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중국인들의 안티 장쯔이와 타문화읽기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을 끄적일 때, 나는 문화상대주의에 중심을 두기 보다는 중국여배우 장쯔이가 이 영화에 출연한 이후 '안티 장쯔이'가 급속도로 많아졌다는 소식을 접했고, 왜 중국인의 감정을 자극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

 

비단 역사적인 앙금으로 말미암은 '반일감정'만으로 그렇게 많은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여러 사이트에 자문을 구했다. 문화적인 다른 시각에서 해석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했으나, 아직까지 답을 찾지 못했다.

 

답변들을 종합하면, 반일감정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인데,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단순 반일감정이 아니라 "게이샤"에 대한 중국인의 폐쇄적인 문화관이 장쯔이에 대한 비난을 불러일으킨 것이 아닐까, 사견으론 "일본의 고유한 문화 게이샤를 인정할 수 없다"는 배타적인 태도가 역사적 앙금과 맞물려 내재되어 있었으며, 그것이 장쯔이에 대한 외부적인 비난으로 표출된 것이다.

 

문화읽기의 3단계에 적용하여 보면, 문화자체의 고유성을 인정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인정했더라도 자신의 문화와 다른 이질성을 전혀 인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사회,역사적 배경도 무시될 수 없지만, 명배우 장쯔이에 대한 자국인의 비난은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싶다.

 

만약, 한국의 명배우(ex.강수연,손예진,김태희 등)가 게이샤 역을 맡았다면, 유교문화의 폐쇄성이 잠재된 한국인의 시각에서는 이를 인정할 수 있었을까?

 

 

게이샤의 추억을 보신 분들은 이와 관련하여 좋은 의견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라며, 이번회차 꼭 승리로 가져가시길 기원합니다.

                                                                  

격려의 의미로 아래 손가락(Daum View) 클릭 부탁드립니다. (다음뷰 숫자는 단순한 수치에 불과하지만, 글 쓰는 사람에게는 다음 글에 대한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습니다)

 


  1. 영원아빠 at 2010.01.29 16:22 신고 [edit/del]

    게이샤의 추억이라 오래전 본 영화군요
    문화에 대한 접근은 나와 다른 상대편에 대한 이해가 전제가 되어야한다고봅니다
    게이샤의 추억은 내용보다는 화면이 더 기억되는 영화입니다
    화폭이 그대로 옮겨진 듯한 각종 기모노 의상들과 어린 치요가 터널처럼 연결된 붉은 관문을 뛰어가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나는 장면입니다
    공리와 양자경의 연기도 좋았던 영화구요
    와호장룡이후의 양자경의 연기는 매혹적이라는 ....^^
    아마 우리나라 배우가 장쯔이가 맡은 사유리역을 했다면 친일이라는 평을 신랄히받았을겁니다
    한국이 일본에 아픔을 받으것처럼 중국도 일본에 아픔을 우리못지않게받아 민족감정의 골이 깊으니
    중국대표배우라던 장쯔이의 게이샤역은 배신으로 느껴졌을겁니다
    황석영씨의 소설 '심청.... 연화의길'을 얼마전 다시읽었습니다
    책을 덮고 한참을 생각에 잠겼습니다 한번시간나시면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아마 황석영씨의 소설이 영화보다는 먼저 나온것으로 기억합니다 ^^
    쓰다보니 주저리주저리 적고가네요 ^^

    행복한 날 되세요 체리쉬님 ^^

    Reply
  2. at 2010.01.29 17:02 [edit/del]

    비밀댓글입니다

    Reply
    • Favicon of http://www.cherishh.com BlogIcon Cherish H at 2010.01.30 22:35 신고 [edit/del]

      아마 급성장염이라기보다는 배탈이 아닌가 합니다.
      표가 없어서 보지 못하고 있답니다.

      여친은 보고 싶다고 하는데...
      아직도 표를 구하지 못했네요^^

  3. 도현아빠 at 2010.01.29 19:46 신고 [edit/del]

    게이샤에 추억..
    요즘도 가끔 케이블 티비에서 하더군요.
    우리문화가 아닌 남의나라 문화를 쉽게 이해하고 또 자국에 배우들이 연기해준다는것은 아마 충격일겁니다
    영화라는 자체가 상당한 문화적인 틀이 있고 전파하는 특성이 있기에
    게이샤에 추억에 연기를 일본배우가 했다면,,아마
    즐거운 관람을 했을수도 있지만..
    우리 나라나 중국같은경우 과거적인 문제때문에 배신감은 대단할거라고 생각해 봅니다..

    Reply
  4. 도현아빠 at 2010.01.29 19:47 신고 [edit/del]

    참.. 비밀 댓글 다시는 분들은 어떤분들인지 궁금하내요 ㅎㅎ

    Reply
    • Favicon of http://www.cherishh.com BlogIcon Cherish H at 2010.01.30 22:34 신고 [edit/del]

      공개적으로 쓰신 분하고,
      마찬가지의 분들입니다.

      도현아빠님도 비밀댓글로 쓰고 싶으시면,
      그렇게 쓰셔두 뒤요^^

      그럼 답글에는 닉네임을 밝히지 않는답니다. ^^

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