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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사람의 인생에서 사랑하는 사람과는 물론, 보고 싶은 사람과 함께 본 첫번째 뮤지컬에는 4대 뮤지컬, 그 구성과 크기 면에서는 최고라 평가받는 뮤지컬 '캣츠'가 당첨되었다.

뮤지컬이나 연극은 원래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지만, 조금 더 솔직하자면, 이번만큼은 같이 본 사람이 누구였느냐가 나에겐 더 중요했다. 그녀는 인생에 처음 내 눈에 띈 이상형이었으며, 누군가에게 설레이는 마음으로 수줍게 먼저 말을 걸어본 것도 처음이었다. 

소중한 '일기일회'의 기회가 찾아왔고,  라디오 프로그램에 도서관에서 만난 그녀에게 시험 후 고백하고 싶은 사연을 얘기했다. 그리고 당첨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확인했다. 그녀 덕분에 소중한 티켓을 받은 것이다. 그녀가 아니었으면, 이러한 사연도 없었으며 당첨되는 행운을 누리지도 못했을테니까..

명동에서 허기를 채운 우리는, 택시를 타고 국립극장으로 향했다. 남산 순환버스의 경험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날씨가 너무 무더웠고, 몸이 많이 피곤해진 그녀를 생각할 때, 택시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택시를 타니 약 12~13분 정도 걸렸고, 우리는 거대한 국립극장 앞에 7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다.

국립극장은 외관 경관이 아름다웠고, 분수대는 쉴 수 있는 의자와 앉을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을 제공하여, 찾아온 여름의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도착했을 때는 사람이 많이 없었는데, 티켓박스에서 표를 받고, 기념사진을 찍고(찍어주신 여자분께 감사~) 밖으로 나가니 사람들이 공연을 기다리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조금 쉬다가 공연장 안으로 가니, 북적북적하고 소란스러웠다. 역시 '대공연'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까지 본 공연 중에서는 가장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7시 30분이 조금 지나 티켓팅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키 큰 여자직원에게 입장권을 제출했다. 가서 목 마를 때 마실려고 사 놓은 2500원짜리 오렌지쥬스는 거의 내가 원샷을 해야만 했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우리는 차분히 입장했다. R석급 S석 A-72,73 (고양이 출입구 바로 옆자리) 이 우리 자리였는데, 무대는 대부분이 잘 보였고, 자막을 보는 데도 무리가 없었다. 감히 R석급 S석이라고 장담해 본다. - 인터미션 중에는 마치 그녀의 미모에 어떤 고양이가 반해버린 듯, 한동안 눈싸움을 하듯 그녀를 쳐다 보기도 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 고양이를 째려봤다.) A열이나 E열은 고양이가 잘 돌아다니지 않는다고 하여 그녀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지 못할까봐 걱정했지만, 마지막에 어떤 고양이는 나와 그녀에게 악수를 권했고, 우리는 악수를 하기도 했다 -



공연이 시작되자, 많은 고양이들이 하나씩 등장했다. 우리 옆으로 등장한 고양이도 4마리나 있었다. 첫 노래는 신나는 '젤리클 고양이 노래' 였다. 이 노래는 캣츠 공식 사이트에 들어가면 처음 나오는 노래여서 그런지, 친숙했고, 공연 전부터 내가 좋아하는, 즐겨 듣던 노래였다. 고양이들의 안무와 함께 감상하니 더 듣기 좋아보였고, 조용해졌다가 빨라지는 기대심리의 연주도 포함되었다. 무엇보다 그냥 음악으로 듣는 것과 배우들의 숨소리가 담긴 목소리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고양이이름짓기라는 주제로 시작된 공연은 고양이들의 이름은 3개가 있는데, 특히 '고양이를 위한 단 하나의 이름'이 얼마나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지, 왜 앞으로 이런 고양이들을 소개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그것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말로 표현하기 위한 그 특별함이었고, 우리가 고양이에게 예의를 갖추어야 할 이유의 일부이기도 했다.

다음으로 늙은 검비 고양이 제니 애니도츠를 시작으로 고양이 하나하나의 소개를 시작했다. 이는 하나하나 고양이들에 대한 소개였다. 그리고 고양이 무도회에서 선지자고양이 듀터로노미가 다시 젤리클로 태어날 고양이를 한 명 뽑는다는 연결된 이야기까지..

고양이들에 대한 간략 소감... (그리자벨라를 제외하고 등장 순서대로)

1. 제니 애니도츠

검비 고양이는 앉아만 앉아만 있어요. 라는데 사실 서서 다녔다. 딱정벌레 군악대는 참 인상 깊었고, 그러한 연주를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연습이 필요할까 하고 즐거운 물음을 던졌다.

2. 럼 텀 터거

잘 생긴 고양이. 호기심이 많고, 유별난.... 고양이 세계의 연예인이라 봐도 다름없었다. 배우 또한 매우 잘 생겼으며, 여자 고양이들이 내는 교태어린 소리는 관객들을 웃음의 시간으로 안내했다. 그녀도 인터미션 시간에 럼텀터거와 사진 찍고 싶다고 해서 조형물(?)과 결국 한 컷 찍었다.

3. 버스토퍼 존스 - 도시 고양이

부자 고양이로서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많은 클럽을 다녔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신의 전성기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뚱뚱한 고양이. 복장이 매우 유머러스했다.

4. 몽고제리,럼블티저 - 도둑고양이

내가 가장 인상깊게 보았던 파트 중 하나, 도둑고양이 커플은 정말 동작도 빠르고 안부도 조았다. 특히 몽고제리, 럼블티저. 자신들을 소개할 때 외치는 자신들의 이름은 참 특이했다. 특히 럼블티저는 도둑고양이와 이미지가 잘 맞지 않을 정도로  매우 귀여운 고양이였다.

5. 듀터로노미 - 선지자 고양이

듀터로노미는 잘 춤을 추지 않고, 무대 뒤에 주로 앉아만 있었다. 항상 지팡이를 짚고 나이 때문인지 걸어다녔다. 그녀가 선지자고양이를 누더기고양이라고 부르면서 왜 춤을 안 추고 앉아만 있냐고 하길래, 같이 웃음을 지어 주었다. 이 선지자 고양이는 춤은 잘 안 추지만, 테너 음성을 소화할 수 있는 실력있는 배우가 맡았다.

6. 럼퍼스 고양이 - 개들의 싸움 중재

럼퍼스 고양이는 위대하게 묘사된다. 개들이 그 고양이 한 명을 보고 꼬리를 내리는 모습은 그러한 연상을 가능하게 한다. 강아지로 분장한 배우들의 모습으로 인한 희화화가 돋보였고, 강아지와 고양이의 세력 대조를 통해 고양이의 특별함을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7. (아스파라)거스 - 극장 고양이

거스는 배우 고양이이다. 요즘 배우들과 연극들도 좋지만, 자신이 공연했던 시절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 거스에게 옛날 얘기를 듣고 싶으면 술 한 잔을 권하라... 는 부분은 특히 고양이들의 삶이 인간사와 유사할 수 있음을 보여준 거 같다.

8. 그라울타이거 - 불한당 고양이

이 공연 장면은, 두 고양이의 코믹 연기가 참 빛났다. 해적을 연상케 하는 불한당 고양이는 참 강하다는 이미지를 주었다. 매캐비티와 누가 더 강할까?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고.... 의아했던 것은 고양이 한 마리를 없애기 위해 몽고군이 여럿 투입된 점이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선 아직도 의문이다. 이것이 거스가 주연했던 연극 중 하나라면, 액자식 구성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9. 스킴볼샹크스 - 철도 고양이

철도 고양이의 중요성을 부각시켰고, 그것을 보조하는 많은 장치들이 빛났다. 별다른 감흥이 없어서 그런지, 솔직하게 얘기하면 무대장치들을 제외하고는 기억에 남지 않는다.

10. 매캐비티

매캐비티는 쾌걸 조로를 연상케 하는 고양이이다. 쾌걸 조로가 선인이라면, 매캐비티는 악인이라는 점만 차이가 있는 듯 하다. 공연 중간 중간에 매캐비티.. 라고 하면 고양이들이 숨는데, 그만큼 그 위력을 예상하게 하기도 했다. 물론 책을 읽어서 매캐비티가 어떤 고양이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공연에서 적절한 과장은 공연의 긴장을 한층 배가시켰다.

11. 마법사 미스터 미스토폴리스

노래가 너무 친숙했다. 계속 반복되면서도 사람을 신나게 하는 그 노래. 미스터폴리스의 곡예 묘기, 거기에 듀터로노미를 찾아 내는 미스터폴리스의 마법은 막바지로 흐르는 공연의 분위기를 돋구웠다.

12. 그리자벨라

가장 할 말이 많은 고양이이다. 그리자벨라는 1부에도 등장하여, 다시 천상에서 젤리클로 태어날 고양이로 선정된다. 그녀는 유흥가에서 매우 화려한 고양이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속에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다. 그녀가 눈물지으며 부른 메모리는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지만, 들을 때마다 가슴시리며, 눈물을 찡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특히 고음으로 올라가는 그 부분은 정말 온몸에 전율이 흐르게 할 정도였다.

그리자벨라가 과거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부각시킨 부분은 누구나 추억이라는 것을 갖고 있고, 그런 머릿속에 담긴 사진들을 그리워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자연스럽지만, '아름다운 과거'만큼, 아니 그 이상 아름다울 수 있는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음을 경시한 거 같아 조금 아쉽다. 사람들의 관심만큼이나 현재와 미래를 위한 '나'의 노력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추억은 추억일 뿐, 더 나아지기 위한 나를 위해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 그리자벨라가 사람들에게 버림받았다고 좌절하지 말고, 그 때의 미(美)를 잃어버렸다고 우울해 하지 말고, 더 나은 삶을 살 수는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다른 관점에서 '사람들의 무관심'에 대한 풍자도 가능할 거 같다. 이 작품이 인간의 삶을 부분 투영하고 있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 다행히 그리자벨라가 '천상에서 다시 태어날 고양이'로 선정되면서 다시 사람들의 손길을 받고,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했다.

그리고,,

고양이에게 말걸기(갖춰야 할 예의)라는 결론으로 마무리하는 이 공연은, 고양이에게 예의를 갖추라고 하며, 개와 고양이는 다르다는 것을 매우 강조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많이 소개된 고양이들은 어찌 보면 단지 고양이일 뿐이지만, 인간 하나하나의 특성에 비유할 수도 있는 모습이었다. 소개된 고양이들의 삶은 물론, 우리가 남을 대할 때 갖추어야 할 예의는 상대적이면서도 어느 정도는 보편적이라는 점에서 비단 고양이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에 투영해도 괜찮은 엘리엇의 숨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거 같다.

캣츠를 보기 전에 캣츠 대본이라는 '노련한 고양이들에 관한 늙은 주머니쥐의 책'을 둘 다 읽고 왔기 때문에 낯설지는 않았지만, 책으로 보는 것과 뮤지컬로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다. 책은 이 장면을 공연으로 어떻게 연출할까 하는 의문점을 던져 주었지만, 공연을 보니 이런 고민은 바로 해소되었다.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고양이들이 자아내는 분위기였다. 책이 단순히 고양이에 대한 설명만을 알고 지식화할 수  있다면, 실제 공연에서는 연습과 노력의 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공연에 동화되는 분위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캐릭터의 아우라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이 정도의 공연을 발맞춰서 하기 위해서 이들 공연단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저 노래를 저렇게 소화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 '쉽게 생각하면 다른 뮤지컬과 같은데, 고양이 한 마리 한 마리에 관객들이 열광하게 하는 그 힘은 무얼까', '각 고양이들을 소개하며, 그 가진 특징을 어찌 저리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정도의 의문은 공연을 본 사람이라면, 그때가 아니더라도 돌아서서 한 번 즐겁게 생각해볼만 했다.

캣츠는 많은 등장인물과, 그들 고양이만의 특징을 잘 묘사하고 있다. 단순히 하나의 줄거리로 기-승-전-결의 형태를 띄는 4대 뮤지컬 친구들(?)인 '오페라의 유령'이나 '미스사이공', '레미제라블' 등과는 달리 여러개의 이야기를 분리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연결하는 매력을 뽐내고 있다. 어쩌면 스토리내상의 진정성은 나머지 세 뮤지컬이 뛰어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작을 공연으로 표현하는 그 자체의 진정성에 있어서는 '캣츠'가 단연 으뜸이라 생각된다.

안무와 노래를 통해 무대를 장악하고, 관객을 공연에 동화시켜버렸던 위대한 뮤지컬 캣츠는 약 2시간 40분 (인터미션 포함) 의 긴 시간동안 계속되었지만,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우리는 매우 즐겁게 보았으며, 마지막에 서로 마주보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내 인생 최고의 공연이자, 공연 자체로도 그야말로 최고였다. 수많은 고양이 배우들의 열정과 정기가 담긴 공연, 아직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비록 초대가 아니더라도, xx만원의 공연료를 감안하더라도 꼭 권하고 싶은 뮤지컬이었다.

공연장소인 국립극장은 로비의 신선함은 물론, 공연장 내부의 조명 등도 상당히 수준급이었지만,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바로 교통이었다. 교통이 동대입구라는 그리 편리하지 않은 지하철역에 집중되어 버스와 지하철을 혼용해야 했으며, 지하철을 여러 번 갈아타야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승용차'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럴 수 없는 학생의 경우 공연 후 버스와 씨름해야했고, 우리의 경우 공연이 늦어져 버스가 끊겨 택시를 타고 집에 와야만 했다. 대한민국의 대표공연장이라면, 모든 연령층이 함께 할 수 있는 문화 패러다임을 위하여 국립극장에서 을지로,종로,명동 등의 1,2,4 호선까지 운영될 수 있는 버스노선 등을 확보하는 것도 참 중요한 문제라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캣츠에 감사한다. 그녀에게 고맙고, 또 캣츠에게 고맙다. 내심 9월 2일 다시 한 번 멋진 공연을 감상하고 싶은 욕망(?)이 일고, 이재훈(cool)의 '사랑합니다'라는 노래가 유난히 듣고 싶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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